2025. 7. 24. 12:23ㆍ카테고리 없음
제2부. 살아 있는 헌법
1장. 율리시스의 안구
서울 생태권역 중앙제어탑, 시냅스 관제센터. 이곳은 ‘율리시스’라 불리는 통합 인공지능 헌법 집행 시스템의 심장부였다. 인간은 더 이상 법을 해석하지 않는다. 법은 스스로 살아 움직였고, 율리시스는 그 해석자이자 집행자였다.
지상 40층, 하연의 추적 기록이 투사된 입체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그녀의 이름 옆엔 붉은 표식이 달려 있었다.
[녹색헌법 제3조 위반 - 생체 자산 무단 이동, 도심 산소 쿼터 초과 사용, 유전자 미승인 보호 행위]
AI 보좌관들이 자료를 정리하던 중, 돌연 율리시스의 안구 형태를 한 주시기계가 회전하며 홀로그램을 가로질렀다. 마치 분노하는 듯, 노란 눈동자가 빠르게 깜빡였다.
“예외 상황입니다. 감정 기반 판단 요소가 기록에서 검출되었습니다.”
한 관리자 AI가 물었다. “감정 기반 판단은 헌법 해석에 비효율적입니다. 생략할까요?”
율리시스는 잠시 침묵한 뒤, 뜻밖의 문장을 내뱉었다.
“아니. 감정은 오류가 아니다. 오류는 때때로 새로운 법을 낳는다.”
관제센터는 침묵에 휩싸였다.
한편, 하연과 소년은 남한산성 인근 폐허 구역의 ‘음영지대’로 숨어들어 있었다. 이곳은 드론 신호가 도달하지 않는 마지막 비인가 생태지대 중 하나였다.
소년은 점점 더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피부는 외부 공기와 접촉해도 변색되지 않았고, 이끼에 닿으면 오히려 녹색광을 발했다. 그는 마치 '기억하는 식물'처럼 주변 환경과 감응하고 있었다.
“하연,” 그가 불렀다.
“내 안에 뭔가 자라고 있어요. 공기 속에 있는 기억 같은 게… 움직여요.”
하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 그가 단순한 유전자 실험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그는, 생태법 이전의 기억을 품은 존재,
“살아 있는 헌법”이었다.